딱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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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여름이

유기견 여름이와의 만남

eJungHyun 2017. 6. 2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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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가 하늘나라로 간지 2년이 지났다. 

몇 달 전부터 가족들과​ 새 가족을 맞이하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해 마다 휴가철 이면 수도 없이 버려진다는 유기견 이야기에 언제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한 아이를 데려오자는 결론을 내렸다.

4월부터 여기저기 전화로 문의도 하고, 

유기견 보호 시설인 '카라', '케어' 등 사이트에 입양 신청을 하며 틈틈히 짬을 내 알아보았지만 입양이 녹록지 않았다.  


특히 기약없는 기다림이 가장 답답했다. 

아무리 우리 가족이 마음의 준비를 마쳤고 급한 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언제 올지 모르는 아이를 무작정 기다리니 조금씩 지쳐갔다. 

온라인상에서 입양 신청 절차를 받는 중에 정중히 안내를 해주어 알고 있었음에도 

입양 신청을 한지 한달이 다 되어 가도록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하니 무언가 잘못 된 것은 아닌가,

입양자로서 결격 사유가 있는 것은 아닌가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2017년 6월 11일. 일요일


그러던 중, 종합유기견보호센터 사이트(http://www.zooseyo.or.kr/Yu_board/freesale.html?ty=1)에 올라온 한 글을 보고 

바로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이 글에는 아래와 같이 사진과 함께 올라온 병원의 입양 권고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서울 신림동에 있는 러브펫동물병원이라고 합니다.

지금 사진을 올린 아이는 치와와 암컷 2살 추정입니다.

요즘 경기가 어려워져서인지 병원에 유기동물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요

무료로 분양해가셔서 사랑으로 돌봐주실 착한 주인분을 찾고 있습니다.

규정상 유기견이 있으면 일정기간 후에 안락사를 시키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수용규모는 안되는데 유기견은 너무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죠.

그런데 저희 병원에서는 안락사는 원칙적으로 시키지 않고 무료로 분양해갈수

있도록 유도하는 편입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실수 있는 여건이 되시는분이 있으시면 분앙해 가시면 집에

좋은일이 많이 생기실꺼예요~~

생명을 보살펴주는 일보다 더 고귀한 일은 없으니까요 ^^

서울시 동물보호조례 지침으로 분양시 동물등록 및 예방접종은 필수사항입니다.

분앙해 가실분은 꼭 병원으로 연락바랍니다.

핸드폰으로는 통화가 어렵습니다.

반드시 병원전화로 문의하셔야 더 빠른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화번호는 저희 병원 이름으로 인터넷 검색해 보셔도 됩니다 ^^

따뜻한 봄을 건강하게 잘 보낼수있도록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행복하세요 


 

 

 

 

문자를 보내니 잠시 후 글을 게시한 본인은 봉사자이니 자세한 사항은 병원에 전화를 거는 것이 빠르다고 답장이 왔다.

바로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치와와 아이 아직 입양자 결정이 나지 않았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1시간 전 쯤 유기견 치와와 입양 문의 드린 사람이라고 하자, 

유기견 입양 방문자 목록에 신상 정보를 적으라고 했다.

이름, 연락처, 생년월일, 주소, 방문 목적을 적고 사인을 해야 한다.

목록 작성 후, 유기견 아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잠시 후, 간호사 분이 2층에서 잔뜩 겁먹어 주눅이 든 치와와 한 마리를 데리고 내려왔다.

"안아 주세요."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나를 거부하거나 공격 하지는 않고 얌전히 받아들이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애잔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냄새도 맡고 내 심장 소리도 느끼도록 한 10분 쯤 안고 있으니 더 이상 떨지 않고 팔에 폭 안겼다.

안고 있는 내내 이 아이를 데려 갈까. 어찌할까. 마음이 복잡해 졌다.

원장 선생님이 오시더니

"어떻게.. 오늘 데리고 가시겠어요?"


이름을 뭐라고 짓지, 엄마가 지으신다고 했는데. 

"잠시만요" 라고 하고

엄마에게 엄청 전화를 걸었는데 5분쯤 전화를 계속 걸어도 받지 않으셔서 이름은 나중에 바꿔서 기재 하기로 하고 

입양 절차를 밟기로 했다.


입양 동의서와 입양 신청서 등등 작성해야 할 것들을 작성하고

예방접종(혼합백신DHPPL, 코로나장염, 광견병, 개 인플루엔자)을 맞추고 애견등록을 위해 마이크로칩을 삽입했다.

자, 이제 집에 갈 준비를 마쳤다.


중성화 수술은 집에 가서 일주일 정도 적응기를 가진 후에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선생님의 권고로 

다음주 토요일 오전으로 수술 예약을 하고 집으로 데려왔다.

유기견을 입양할 때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예방접종, 애견등록, 중성화 수술이다. 

그리고 언제든 아이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하는 것에 동의 해야 한다. 


​​​

짜잔, 집에 도착! 온집을 헤집고 다니며 킁킁거리고 돌아다니고 나니 바로 적응완료. 

제 집인 냥 겅중 겅중 뛰는 것을 보니 안심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짐이었을 네가 우리집에는 웃음 꽃을 줄 선물이 되었구나.

여름에 와서 이름은 "여름"이. 


"여름아, 앞으로 잘 부탁한다."




작고 어린 강아지나 고양이를 분양 받을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다. 

가정집에서 기르던 개가 강아지를 나아 분양하는 것을 받거나

뜬 장에서 쉴 새 없이 새끼를 배는 모견을 통해 공장에서 찍어 내듯이 만들어진 강아지를 사는 것.


노환으로 세상을 뜬 우리 단비는 애견 카페를 통해 가정집에서 5개월된 아이를 분양 받았었다. 

당시 그 카페에서는 암컷 10~20만원, 수컷 7~15만원 정도로 책임 분양비를 받았었는데

나이에 맞게 접종도 다 맞은 상태였지만 네 발 중 하나의 발가락이 6개라서 5개월 동안 아무도 데려가지 않아 

암컷임에도 책임분양비가 8만원이었다.

아무도 데려가지 않는 아이라서 마음이 가 선뜻 데려온 단비. (우리 어머니는 아직 모르실텐데 죄송하다)

발가락이 6개 인 것도 그렇지만 피부가 워낙 약해 피부병을 수도 없이 앓다가 

여러 병원을 거쳤음에도 아이의 피부병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짐작으로 아무 약이나 처방한 탓에 병이 악화되어

폐혈증을 겪으며 이 아이는 곧 죽을 것이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런 와중에 찾은 종합 병원에서 "누가 이 개가 죽는다고 했냐"며, 살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두 달 만에 완치 되었다. 그 이후로 동물 병원, 수의사 라고 하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았다.


이렇듯 동물 한 마리를 집에 가족으로 들여서 키우고 보살피는 것에는

많은 돈과 시간, 정성이 필요하다.

쉽게 분양을 받아 아파서 번거롭게 한다고 버려진 아이들이 수도 없이 많다고 한다.

이런 중에도 뜬 장에서는 작고 귀여운 강아지들이 생산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단 한번도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 없는 사람에게 유기견을 입양 하라고 섣불리 권하지는 못하겠다.

한번 이상 버려졌던 아이들인지라 성격이 모난 아이들도 있고, 

애정결핍이 심해 항상 사람에게 붙어 있어 귀찮게 하는 아이들도 있고,

배변 훈련이 잘 안되 고생스러운 아이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다시는 버려지지 않기 위해, 사랑 받기 위해 말도 잘 듣고,

밥상머리에 뛰어 올라오지도, 아무때나 짖지도 않고,

정해진 자리에서 대소변 잘 보고,

안절 부절 눈치 보느라 몇 일이 되도록 대변도 맘 편히 못보는 우리 "여름"이 같은 아이도 있다.


그래서 한번 쯤 "내가 유기견을 입양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해보시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우선 고민만 먼저.



참고 링크

종합유기견보호센터 - http://www.zooseyo.or.kr/Yu_board/buyguide.html

유기견보호센터 - http://www.animal.or.kr/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 https://www.ekara.org/parttake/adopt

동물권단체 케어 - http://fromcare.org/adopt-ap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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