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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부터 자본주의, 공산주의, 민주주의, 사회주의 등등을 배웠다.
그런데, 나는 우리 사회 구조가 이런 '무슨 무슨' 주의라는 것과 꼭 맞게 되어 있는지 아닌지 이런 것들을 생각하며 살 겨를은 없었다.
몇 년 전부터는 신자유주의니, 경제민주주의니, 사민주의니, 시장사회주의니
잘 모르는 '무슨 무슨' 주의 들이 기사 꼭지로 이슈가 되곤 하는데
뭔가 어려운 말들로 간단히 설명은 하는데,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지난 일 년 동안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그래, 민주주의 국가의 살아있는 시민이라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 해야겠어.' 라고 다짐을 했다.
그런데, 뭘 알아야 말이지. 도통 어려운 말들과 이미 굳건히 자리 잡은 질서와 구조가
맞는 것인지, 내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내 맘에 드는지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떤 구조를 옳다고 생각하는지, 그게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알지 못하니
정책 결정에 표를 주는 것도 정당을 선택하는 것도 근거가 없이 갈팡질팡 했다.
그래서 닥치는대로 이런 저런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 중 최근 6개월 내에 읽었던 책 중에서 나의 가치관에 큰 변화를 준 책 한 권을 소개하고 싶다.
이 책은 어찌보면 당연해서 큰 관심이나 의구심 없이 살던 여러가지 사회 현상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라는 프롤로그 제목이 매우 인상 깊다.
이 책의 내용 중 채사장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분야에 대해 이 사회 구조와 이념간의 관계를
그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그의 어투로 읽어 나가는 시간이 즐거웠다.
그는 꽤나 불편하게 이 사회를 비판하는 듯 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을 맞닥뜨려야 했을 때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화가 나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단숨에 읽어나갈 수도 있었지만 한 단락 한 단락을 오래 곱씹으며 최근 이슈들을 대입 해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니 더 생각이 잘 정리가 되었다.
채사장은 책 말미에 이런 질문을 던진다.
"우리 사회는 어떤 내일을 선택해야 하는가?"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이, 각자가 자신의 삶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미래가 어떤 미래인지 그 가치를 명확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이면 충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절대 공감하지 않고 동의하지 않지만,
저들이 왜 저런 결정을 했고, 왜 저리도 치밀하게 빼앗으려 하고 지키려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노동자로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좀 더 구체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을 몇 구절 적어 본다.
- 많은 사람이 이미 잘 알고 있다. 나에게 부여된 세금의 산정 근거를 이해하는 건 이번 생에는 글렀다는 것을 말이다.
- 세금을 인상할 것인가? 누구의 세금을 인상할 것인가?
- 시장의 자유와 정부의 개입이라는 방향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려면 결과적으로 누구의 이익이 보장 되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 사회의 방향성이란 구체적으로 자본가와 노동자 계급 간 이익 대립을 의미한다.
- 국민은 이해관계에 따라 대립한다.
- 정치 정당은 이렇게 구분된 계급의 이익을 반영하는 집단이다.
- 역사란 절대정신에 자신을 실현해가는 과정이다. - 헤겔
- 절대정신은 역사 속에서 자유의 확장으로 드러난다.
- '시민'은 '자유' 그 자체다.
- 월세 수입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인가? 세입자 X씨가 대략 한달에 21일을 일한다고 할 때, 그 중 일주일는 임대인을 위해 일한 것.
- 우리는 임금의 의미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가 월급을 받는다는 것은 한 달간의 나의 시간과 노동을 가격으로 환산한 것이다.
- 가난한 이들은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변한다.
- 타인의 시간과 노력으로 나의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것. 이게 자본주의 시스템의 본질이다.
- 생산수단에 고용된 노동자는 자신의 삶을 노동하는데 사용하지만,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는 노동에서 자유로워진다.
- 노동의 신성함에 대한 강조는 사회 구성원들이 평등한 관계를 유지할 때만 의미가 있다.
- 방향성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현실의 쟁점에 대한 선택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과 노동에서 보람과 성취를 느끼기 어렵다.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직업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보상은 오직 임금 뿐이다.
- 자본가가 생산수단을 독점하고 노동자는 거대한 생산 수간의 부품으로 전락하는 산업화 이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가 일에서 성취와 보람을 느낀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 오늘날 자신의 직업에서 성취와 보람을 느끼는 사람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발생한 생산물의 대가를 자신이 온전히 소유하는 비임금노동자 or 생산수단을 소유해서 그것의 거시적인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는 사업가.
- 사람은 내용이 아니라 형식을 통해 교육된다. 결코 잊히지 않고 체화 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시스템이라는 형식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들이다.
- 진리는 내 외부에 실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스스로 구성하는 것일까? 어찌 보면 사는데 하나도 쓸모없어 보이는 이런 생각이 교육의 형태와 방향을 결정하는 근본 토대가 된다.
- 우리는 공정한 경쟁이라면 그 결과는 정당 하다고 믿는다. 경쟁 자체는 정당한데, 자신이 무능해서 경쟁에서 실패했다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사회적 위선이다.
- 경제적 상황과 환경. 구체적으로 일자리와 소득격차의 정도가 어떠한가에 따라 교육의 모습이 결정된다.
-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에 대해서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행위는 무의미 하지는 않겠지만, 매우 소모적인 일이다.
- 소통의 시작은 내가 타인의 세계관을 논박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할 때, 다시 말해서 타인이 나와는 정말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음을 인정할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 이성적이고 자율적인 시장은 없다.
- 시장은 합리적 이성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야성적 충동의 지배를 받는다.
- 우리는 '궁극적인 끝'이 아니라 현재를 기준으로 '방향성'을 선택한다.
- 시민은 자유롭다. 인생 속에서 변화하는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에 따라 순간순간 가장 적합한 선택을 하면 된다. 미디어나 타인의 말, 고정관념에 휘둘리지 말고.
- 우리가 지극히 개인적이라고 생각해왔던 나의 취향과 성향과 선택은 나의 것이 아니라 계급적인 것이다. 이것이 아비투스다.
- 세계를 관통하는 단순함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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