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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딱 하루

후배와의 온라인 인터뷰

eJungHyun 2012. 6. 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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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후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느낌은 꽤 적극적인 학생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 무작정 취직한 선배 혹은 개발자님들에게 메일을 보내서
도와달라고 외쳤던 적이 있었다. 물론 무조건 저지르고 보는 성향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

어쨌든, 이 후배를 보니 열심히 답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실천!
받은 질문은 5가지다.

1. 우선 뉴스를 보니 대기업이 아닌 회사에서 일하고 계신거로 알고 있는데 보통 다들 대기업을 선호하는데 '론텝'이라는 회사를 선택하신 이유나 계기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2. 여성프로그래머로써 일하면서 불편한점이나 부당한일을 겪으신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3. 여성프로그래머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4. 여성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준비하면 좋은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자격증이나 학과공부등등..)
5. 지금 일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질문을 받고 몇 일동안 생각을 정리했다.
쉬운 듯 하면서도 쉽지 않은 질문이었다. 최근 생각이 복잡하던 차에 잘되었다 싶어 정리에 몰두하고 
차근차근 답변을 작성한지 4시간이 후.




1. 우선 뉴스를 보니 대기업이아닌 회사에서 일하고 계신거로 알고 있는데 보통 다들 대기업을 선호하는데 '론텝'이라는 회사를 선택하신 이유나 계기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정정을 하자면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이름은 '론탭(Rontab)' 입니다. ^^;; 

음,, 어떻게 이야기 하는게 좋을까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좋겠지요.
어릴 때에는 대기업의 부당한 횡포에 좋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었어요. 
물론 모든 대기업을 일반화 시켜서 나쁘게 본것은 아니지만요. 그래서 무조건 대기업은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지금은 대기업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진 않아요.
   
그에 더해서, 나와 잘 맞는 직무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주 어릴 때 부터 게임을 좋아했고 게임 개발에 흥미를 갖고 있었고요. 게임이 아닌 다른 직종이었다면 아무래도 웹 어플리케이션이나 Social 관련된 일을 했을거에요. 어쨌든 흔히들 말하는 대기업인 삼성/LG는 제조사이기 때문에 흥미를 붙일만한 일이 없었어요. 
   
학교에 다니던 시절, 외국계 기업 혹은 스타트업 기업에서 인턴을 하면서 대기업 기피 현상은 더 강해졌어요.
그래서 입사를 하려고 준비했던 기업들이 NC, 넥슨, Oracle, Google 등이었어요. 
하지만 게임 업계에서 NC와 넥슨은 대기업이죠. ^^ Oracle, Google도 범국제적인 대기업이고요.

정리를 해보면, 제조 업무가 기본인 대기업에서 하는 전산 관련 직무에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삼성/LG와 같은 대기업에 입사하지 않았던 것이예요.

론탭에 입사하게 된 계기는 남달라요. 지인을 통해서 소개 받았고, 그 후로 기업 철학을 보고 대표 이사님과 미팅을 할 기회가 있었어요. 일반적인 기업과는 달리 철학이 참 인간적이었어요. 게다가 게임 회사였기에 도전해보기로 했죠. 
원래 흥미는 롤플레잉, MMORPG, 시뮬레이션 등의 게임인데 스포츠 게임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돌이켜 보니 론탭은 기업이 작고 자유로운 문화였기 때문에 개발 업무 외에도 
원하는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었어요. 물론 근무 수당은 대기업에 비할 수 없을만큼 적어요. 

입사할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다양하니, 하연양도 행복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곳을 잘 선택하길 바래요.


 
2. 여성프로그래머로써 일하면서 불편한점이나 부당한일을 겪으신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여성프로그래머라서 불편한 점이나 부당한일은 없어요. 프로그래머라는 직업 자체가 갖는 특이성이 있지요.
프로젝트 마감기한이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많은 수의 기업들이 야근을 강행하곤 해요. 하지만 그것이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면 일하는데 특별히 불편하지 않답니다. 

그러고 보니, 여성프로그래머로서의 불편함 보다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불편함은 있어요.
앞에 말했듯이 잦은 야근으로 인해 체력감퇴라던가, 신체리듬이 깨지는 현상들이 생기는 거예요. 
이런 것들은 저 스스로 체력 관리를 하고, 회사의 시스템을 활용하여 휴식을 잘 취해야 하겠지요. 
회사의 시스템을 예를 들자면, 보건휴가/생리휴가 등의 휴가 등이 있어요. 


 
3. 여성프로그래머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여성프로그래머의 장/단점이라면.. 무엇에 빗대어 대조하여 대답해야 할지 의문이 들어요. 

남성프로그래머와 비교하는 것을 가정하여 답변할게요.
과감하게 이야기 하고 싶네요. 여성프로그래머로서의 장/단점은 없다.
그 이유는, 여자라서 더 잘하거나 못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예요. 
사람이 각자가 갖는 차이점이 있는 것이죠. 
   
남자와 여자가 각자 갖고 있는 호르몬으로 인해서 생기는 생물학적 차이. 그것으로 인해 개발 업무를 하는데 장점과 단점은 굳이 없어요. 종종 어떤 분들이 회식 문화를 예를 들어 여성 개발자들의 단점을 이야기 하기도 하는데요, 여자들도 술 잘마시는 사람이 꽤 있죠. 그리고 여성개발자들이 섬세하고 꼼꼼해서 그것이 장점이라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섬세하고 꼼꼼한 남자들도 꽤 있죠. 
이런 장/단점에 대한 이야기는 여성개발자와 남성개발자의 문제가 아니라 일을 하는 모든 남자와 여자들이 관련이 있다고 보는게 맞다고 봐요. 

모든 것은 사람으로서 개별적인 차이이지, 남성/여성의 차이가 아님을 말하고 싶어요.


 
4. 여성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준비하면 좋은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자격증이나 학과공부등등..)
 - 꿈 : 과연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가 정해지면, 그 것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꺼예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이미 이룬 사람들을 만나서 조언을 구할 수도 있을 것이고, 단계적으로 준비할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꺼예요.
 
- 맨땅에 헤딩하는 도전정신과 끈기 : 개발자들이 겪는 대부분의 고충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변화하는 트랜드에 발맞춰 가야 하는 부담이예요. 항상 새로운 기술이 발표되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 기술로 인해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찾아 준비해야 해요. 
게임으로 예를 든다면,, 그래픽 카드가 무궁무진하게 발전하는데 그에 따라 표현해 낼 수 있는 그래픽 기술이 달라진답니다. 해당 그래픽 카드가 지원하는 기능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그 기능을 활용해서 게임을 만들 수 있죠. 그 기능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연습을 해야 해요. 때에 따라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은 것을 먼저 해봐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다 그만 두고 싶을 정도로 아무 자료도 없고, API를 하나하나 다 뜯어 봐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그런 것에 흥미가 있는가. 그게 중요해요. 뭔가 찾아보고 그것을 만들어 보고 하는게 재미있는가. 

 - 실무를 해보니까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어요. '학교에서 가르치는 건 기업에서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 라고 말하는 분들이 계신데요, 그 이유는.. 학교에서 배우는 건 아주아주아주 기본지식이기 때문이예요.
물론 일을 하려면 그것보다 더 많고 깊은 것을 알아야 해요. 일을 하면서 배우는 것이 참 많지요.
그런 것들은 기업에서 책임지고 교육을 해야 하는 부분이지, 학생들이 고민할 부분은 아닙니다.
정말 기본이 되는 것들을 모두 두루두루 섭렵하고 있으면 되요. 
C/Java 등 학교에서 가르치는 언어 외에도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언어가 있으면 공부해 두는게 좋아요. 
그리고 알고리즘,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가 정말 정말 중요해요. 
   
가장 중요한 건, 공부한 것들을 활용해서 무언가 만들어 보는 거예요. 
object-C를 공부했으면, 아이디어를 짜서 뭔가 어플을 하나 만들어 봐야지요. 책 한권 땠다고 다가 아니예요. 
간단한 소켓 통신으로 서버-클라이언트를 구축해서 뭔가 시스템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고요. 

 - 자격증은, 취직을 위해 일부러 딸 필요는 없어요. 일하면서도 딸 수 있고요. ^^;;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를 공부하는 김에 취득하는 것이 금상첨화죠. Java 공부를 하는 김에 SCJP를 딴다거나,
DB를 공부하는 김에 OCP를 딴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공부는 공부대로 따로 하고, 자격증은 또 따로 준비하고
이렇게 될 것이라면, 혼자 소규모 프로젝트를 하나 계획해서 끝까지 만들어 보는 것이 훨씬 좋아요.
개인 포트폴리오도 되고요. 



5. 지금 일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기억에 남는 일이 몇가지 있는데 가장 최근 일을 적을게요. ^^
일을 하면서 느낀 몇가지는 몇 날 몇 일을 밤을 새워도 다 하지 못할 이야기들이라. ㅎㅎ
   
가장 최근에 기억에 남는 일은.. 회사가 어려운 와중에도 '와인드업2K12'를 성공적으로 런칭한 일이예요.
여러가지 사정들이 있지만 이야기를 전하긴 어려울 듯해요. 이해해 주길 바래요.
4월 말에 와인드업을 한층 업그레이드해서 오픈해서 서비스 하고 있어요.

와인드업2K12는 론탭에서 이미 서비스 중이었던 와인드업을 재개발 하여 런칭한 야구 게임이예요.
3달이 넘게 12시 전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버가 다운되는 극적인 상황을 겪기도 했고(3일을 집에 못들어가서 씻지도 제대로 먹지도 못해 꾀죄죄 하게 사무실에서 먹고 자고 하기도 하고), 의자 삐그덕 거리는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심 조심 서로를 배려하며 겨우 만들어낸 걸작이지요.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만들어 내고, 서비스를 오픈해서 유저들과 소통하는 과정 전부가 기억에 남는 일이랍니다. 
   
좋은 일만이 있을 수는 없겠죠. 어렵고 힘든 일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 이야기는 메일로 전하기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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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메일로 의견을 전달하고 나니, 뭐랄까 기분이 묘해지면서 후련하다. ^^
항상 느끼지만,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사람을 내게 보내주시는 그 분이 계시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않을까.
나는 심경이 복잡하고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일수록 시간을 들여 과거와 현재를 정리하고 미래를 계획한다.
정리를 하면서 "아,, 이랬었지.." 함과 동시에 앞으론 뭘하고 싶은지가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애기 개발자라 선배님들께서 보실까 부끄럽긴 하지만,

나중에 다시 돌아볼 흔적을 위해 블로그에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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