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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스몰웨딩

[스몰웨딩] 결혼식에서 할 것들 준비. 식 구성.

eJungHyun 2017. 4. 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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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


뭔가 우리 부부에게 의미있는 것을 하고 싶다. 라는 생각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하는 것이 좋을지 잘 감이 오지 않았다.

결혼식을 어디서 미리 연습을 하면서 구성이 어떤지, 사람들 반응은 어떤지를 미리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둘이서 매일 이야기 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는 수 밖에 없었다.


언제나 처럼,, 예비 신랑은 명확한 요구가 없는 상황.

나는 우리에게도 의미있는 시도를 하고, 가까운 지인들과 순간 순간을 나눌 수 있는 결혼식이 되길 원했다.

음식을 먹다가 일어나서 이야기도 하고, 중간에 노래나 연주도 하고.

결혼식의 구성과 식사 시간이 딱 구분되지 않는 파티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다 할지라도.. 뭔가 조금은 우리 결혼해요. 라는 말을 할 수 있을만 한 부분을 넣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서로에게 서약문을 읽는 것과 같은. 

그런데, 우리는 이 서약문을 읽는 것에 대해 아주 큰 쑥쓰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어차피 서약은, 굳이 누구에게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끼리 한 것인데.

사람들을 모셔 놓고 너를 사랑합네, 결혼해 줘서 고맙네. 

이런 말을 하는게 좀 간지러웠다. ^^;;; 



식 구성 


그래서, 우리는 이런 순서로 결혼식을 구성 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축사나 건배사를 그냥 아무나 나와서 해주세요~ 라고 하면, 벌떡 일어나서 마이크 달라고 떼 쓰지 않을 것 같아서,

축사, 축가, 건배사는 지인들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순서를 어느 정도 정하긴 했지만, 그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꿔서 진행을 하기로 하고, 

결혼식 순서에 대한 안내 메모는 참석자들에게 나눠주지 않는 방향으로 ^^


- 신랑 인사

- 신부 인사

- 신랑 친구 축사

- 신부 친구 축사

- 축가

- 답주

- 식사

- 중간에 지인 건배사

- 디져트 먹을 때 쯤에 신랑/신부 건배사

- 케익 컷팅

- 행운권 추첨 

 

 

 

순서 대로, 실제 결혼식에서 벌어진 상황을 더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해보겠다.


신랑 인사 & 신부 인사

결혼식에 와주신 모든 분들에 대한 감사 전달. 이 결혼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나 감정 이야기 하기. 

앞서 언급을 했듯이, 서약문을 써서 읽거나 하는게 마음이 편치 않아서 (뭔가 좀 쑥쓰럽고 민망하고..)

밥 먹거나 차 마시러 가서 아무렇게나 친구들, 지인들과 이야기할 때 처럼 편하게 이야기를 했다.

짧게 3분~5분 정도의 이야기를 하기로 했었다.

지나고 나서 하는 말이지만, 중간 중간 유머 코드도 좀 넣고 하려고 했으나, 

결혼식이라 그런지 다들 뭔가 조금 엄숙한 분위기였다. 

우리가 처음에 분위기를 확 부드럽게 했어야 했는데! 



신랑 친구, 신부 친구 축사

신랑, 신부 사용 설명서 같은 느낌의 조언. 결혼에 대한 축하 이야기 하기.

각자 서로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친구에게 부탁을 해서, 장난스런 조언, 진심어린 충고 이런 것들을 듣자!

이런 의도였으나, 실제 결혼식 때에는, 이 친구들이 우리보다 더 떨어서 의외였다.

우리의 결혼을 본인 결혼식 만큼, 

아니 어쩌면 그 보다 더 신경 써 주고 애달아 하던 친구들의 떨리는 목소리가 생각 나는 듯 하다.


축가

아무거나 부르기 편한 것으로 선택해 주길 부탁했다. 

밥 먹기 전에 부르는게 좋은지, 밥을 먹으면서 부르는게 좋은지 물었는데

"제발 밥은 좀 맘 편하게 먹자" 라는 한 마디에, 밥 먹기 전으로 구성. ^^;;



답주

이것이 우리 결혼식의 화룡점정. 신랑 신부가 함께 듀엣으로 클래식 기타 연주를 하기로 했다.

결혼이라는 것도 우리가 함께 하는 새로운 시작이지만, 

앞으로 함께 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도전했다.

5개월 전부터 멋진 이노영 선생님께 별도 레슨을 받으며 준비를 했다.

나는 클래식 기타를 20살 때 부터 조금씩 배워왔기에 두려움이 없다 생각했지만, 

오랜만에 둘이서 뭔가를 하니 또 긴장이 되고 부들부들 하더라.



식사

우리 결혼식에는 핑거푸드가 결혼식 시작 전부터 계속 놓여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것 저것 계속 집어 먹고 있었겠지만.

어쨌든 본격적인 식사는 이때부터 구성을 했다.

나도 신랑도 자리 잡고 앉아서 폭풍 흡입. 

아침에 배가 고파서 *밤 과 쿠키 등을 싸들고 나와 극심한 공복이 찾아 올 때 야금야금 먹고 있었지만,

음식 다운 음식이 입에 들어가니 정말 행복했다.

먹다가 다음 음식이 나오기 전에, 한번씩 일어나서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수다도 떨고,

음식은 입에 맞는지,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묻고 돌아다니니

"내가 본 결혼식 신부 중에, 니가 제일 바쁘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 



시작 즈음에 건배사

식사 시작 즈음에 지인에게 건배사를 부탁했다. 다들 잔에 가벼운 술이나 음료가 채워져 있었다.

예쁜 잔을 들고,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신랑의 친구 얼굴을 보니, 

뿌듯~한 마음에 뭉클했다.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잔을 부딪치는 모습. 

짠~!!!


케익 컷팅

디져트를 먹기 전 쯤에, 우리도 뭔가 해보자! 해서 케익 컷팅을 하기로 했다.

"저희도 남들 다 하는 거 한번 해보고 싶어서, 이런 시간을 마련해 봤어요. ^^;;

우리 이 케익 다 같이 나눠 먹어요~" 하고 케익을 자르는데, 

"아니, 이게 왜 이렇게 잘 안 잘리냐." 와 함께 웃음보가 터졌다. 

원래는 이 케익을 나눠 먹기 전에 신랑 신부가 다 같이 와 주신 분들께 감사하며 건배를 하려고 했는데..

우리 부끄 부끄 신랑이 하지 말자고 해서, 바로 스킵.



먹다가 축하 연주

흠; 이건 내가 좀 욕심을 냈다. 이왕 오랜만에 기타 레슨도 받고 했으니, 결혼식 때 깜짝 연주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솔로로 연주를 했는데.. 완전 망했다. ㅠㅜ 이렇게 떨릴 줄이야. 

내 평생 연주한 Baden Jazz Suite 1악장 중에, 결혼식 전날에 연주한 것이 제일 잘 쳤을 것이다.

흑흑.. 



깜짝 영상 방영

연주의 민망함을 어서 빨리 떨치기 위해, 우리가 준비한 깜짝 영상을 틀어 재꼈다.

둘이서 함께 노래를 부른 것을 영상으로 구성해서 행운권 추첨을 위한 시간으로 넘어가는 귀여운 자투리 시간으로.

이 기회를 빌어, 영상을 만들어 준 부산에서 음악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사촌 동생 김현수에게 감사를 전한다!


행운권 추첨

원래는 게임을 하고 싶었다. 뽑기를 해서 선물도 주고 벌칙이 걸리면 벌칙도 하는 그런 게임. 

지금 생각에는, 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조금 남지만. 

그냥 점잖게 행운권 추첨을 하기로 했다.

행운권은, 우리가 미리 카드에 숫자를 적어 각자의 자리에 랜덤하게 배치를 했다.

선물은 두 분, 한형일 선생님, 이노영 선생님께서 선물로 주신 CD와 더불어 

우리 부부가 나름대로 고심해서 엄선한 물건들을 준비했다. 

추첨용 행운권, 번호표는 신랑과 함께 만들었지만 

포장은 나 혼자 (리본 단게 다라고 무시하면 안된다! 힘들었다고!) 했다.




결혼식 구성을 온전하게 정하는데에, 5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어느 정도 윤곽을 잡는데는 일주일이면 충분하지만, 

누구에게 무엇을 부탁할 것인지, 어떤 곡을 연주할 것인지, 어떤 말을 할 것인지,

어떤 선물을 준비할 것인지. 생각하고, 이야기 하고, 정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중간에 거의 한 달정도는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고 지냈던 기간도 있는 것 같다.

아마도 둘 다 조금 지쳐 있었던 것이 아닐까. ^^

결혼식에 대한 준비를 둘이 함께, 넉넉한 시간을 들여 충분히 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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