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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7번 출구 해직,비정규직 노동자 고공농성장 대치상황

eJungHyun 2017. 4. 16.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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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차 범국민행동 막바지에 접어드는 저녁 9시 35분 쯤.

주린 배를 붙들고 잠깐 요기를 한 후, 

광화문 7번 출구를 지나 세월호 광장에서 열리는 부활성야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을 했다.

6명이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건물 앞쪽에 소규모의 노동자들이 집회와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자유 발언과 구호를 외치는 등 광화문의 보통 집회가 다름 없는 평화 집회로 보였고

​아무 의심 없이 세월호 광장으로 이동했다.

부활 성야 미사가 이미 진행 중이었다. 

멋쩍은 마음으로 왼쪽 가에 자리를 잡고 섰다.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자리 잡은지 10분 정도 지났을까. 

고공농성장에서 심상치 않은 기미가 보였다. 

멀리 있는 경찰들이 광화문 7번 출구 쪽으로 달려오는 장면을 보고

나도 급히 고공농성장으로 달려갔다.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안되는 것이, 농성을 하고 있는 사람은 20명이 채 안되는 정도의 규모로 보였고

그 주변을 수십명의 경찰이 에워싸고 점점 거리를 좁혀가고 있는 상황.


경찰들이 갑자기 집회를 하고 있는 사람들 쪽으로 전진 배치되었고, 

거의 공간이 없을 정도로 에워싸져서 안쪽 상황이 잘 보이지 않았다.

상황이 걱정이 되어 시민들이 점점 몰려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주변에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목소리가 격해졌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말고 할 정신이 없었고, 긴박한 상황에 나도 함께 소리를 질렀다.

!!! 폭.력.경.찰. 물.러.가.라 !!!

​119가 출동하고, 들것이 들어왔다. 

밀치고 당기고 하는 와중에 밟히고 채인 사람들이 있었지만, 2시간 전쯤의 상황 처럼 실려 갈만큼 다친 부상자는 없었다.

정말 다행히다.

농성장 주변에서 함께 구호를 외치던 시민들의 힘으로 격하게 번질 수 있었던 상황을 잠재운 것이라 생각한다.

시위하던 사람들이 격해지지 않도록, 진압하는 경찰이 격해지지 않도록.

시민들 중 일부는 더 이상 노동자 집회 쪽을 강제 진압하지 못하도록 경찰 주변을 둘러 인간 장벽을 만들었다.

​그 와중에, 경찰들이 뭘 잃어 버렸다고 해서 시위하던 사람이며, 주위 시민이며, 경찰이며, 다 같이 그걸 찾느라고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땅에 널부러진 종이들을 일부 치우고, 조금 분위기가 가라 앉을 즈음 

경찰들이 다시 전진 배치 되었다.

경찰 한 명이 ​사다리와 마이크를 들고 집회 참여자들 쪽으로 매우 가깝게 다가가 붙었다.

뭔가 올라서서 이야기를 하려는 것 처럼 보였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돌아섰다.

주변에서 시민들이 외치고 있었다.

"경찰은 자극 하지 마라"

"경찰은 뒤로 물러 서라"

​경찰들이 어떻게 근무를 서고, 어떻게 배치 되는지 나는 잘 모른다.

다만, 내가 의아 했던 것은 제복을 입은 전경과 경찰들 사이에, 사복을 입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다.

저 회색 맨투맨 티셔츠가 전경 체육복인 것인가. 신발도 다른 사람들과 다른데...

저 상황이 의심을 할 상황인지, 허용이 가능한 상황인지 모르겠다.


주변에서 "여러분은 지금 신고되지 않은 불법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해산하십시오" 라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서 들려왔다. 

몇 몇 시민들이, 집회에 자유가 있다라며 격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경찰들을 향해 욕설을 내 뱉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잠깐 상황이 역전 되어, 시민들이 경찰을 둘러 싸는 상황이 벌어졌다.

어떤 이들은 경찰들에게 심하게 욕설을 내뱉는 등의 폭력을 서슴치 않았다.

이 때 알게 되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오늘 밤을 견디기 위해 천막을 치려고 했는데, 

경찰이 천막을 회수하기 위해 강제 진압을 했다는 것. 

방금 전 10시에도, 집회 참가자들이 천막을 치려 다시 시도하자 또 한번 경찰이 강제 진압을 했다는 것. 

바닥에 깔 은박지까지도 다 가져가서, 참가자들은 맨 바닥에 앉아서 시위를 했다.

주변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화가 난 것이다.

무슨 상황이 어찌 되었든, 폭력적인 행동은 결국 안 좋은 결과를 불러 온다고 생각한다.

경찰이 천막을 빼앗겠다고 

무고한 시민이, 아무 죄 없는 집회 참가자가 마치 무슨 살인강도 범죄자인냥 강제 진압을 하고,

몇 명 안되는 집회 참가자의 몇 배나 많은 경찰을 배치해서 둘러 싸고 있는다는 것을 이해 할 수 없다. 

비슷한 인원수로 2~30명 배치하고, 대화로 풀 수도 있는 문제 아닌가.

솔직히 나는 극우 단체 집회가 폭력적으로 변해갈 때, 경찰들이 참가자들을 어르고 달래는 장면을 

영상으로 보고 감동 받았다.

그래, 저렇게 폭력적으로 집회를 하더라도 경찰들이 시민에게 폭력을 가하지 않고 강제 진압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스스로 진정하도록 기다려주고.. 달래서 보내는 것은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벌은 나중 문제다. 

일단 진정 시키고 난 다음에, "당신은 경찰에게 폭력을 휘둘렀으니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라고 하면 되지 않은가?

그런데,, 이번 집회는 다르다. 누구 하나 먼저 폭력을 가하려 들지 않았다.

추위를 막기 위해 겨우 천막을 하나 치겠다는 것인데, 그것이 저리 강제 진압할 내용이란 말인가.


경찰들만이 문제가 아니다. 시민들의 반응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물론, 주위의 대부분의 시민들은 평화적으로 대처했다. 

더 이상 폭력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호를 외쳤고, 

경찰과 집회 참가자 사이에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주변을 지켰다.

그렇지만.... 한 두 사람들은, 일부러 격한 상황을 조장하기라도 하려는 듯 심한 욕설을 내뱉고,

손가락질을 하고, 폭력 휘두를 것 같은 위압적인 행동을 취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경찰들이 캠코더로 촬영을 했고, 그것을 본 시민들이 또 다시 분노했다.

마치 시민들이, 혹은 집회 참가자가 경찰을 자극했고 그래서 경찰이 강제 진압을 했다라고 말하기 위한 증거를 마련하려는 듯.

갑자기 캠코더가 경찰 무리 사이에서 높게 세워졌고, 누군가가 빨간 불이 들어온 캠코더를

우왕좌왕하는 시민들 쪽으로 향하고 찍고 있었다.

"경찰, 시민 자극하지 마라."

"경찰, 캠코더 촬영 중지하라."

어떤 시민은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 저거 찍어서 나중에 돌려서 보고는 시민 사찰하려는 거 아니냐고.


내가 광화문 집회에 대한 과한 믿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이라면 절대 경찰에게 저런 위압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경찰이 상식적인 수준 안에서 움직여 준다는 전제 하에서.

결국은 잠잠해 졌다. 

2시간여의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어디선가 돗자리와 물, 간단히 먹을 거리를 갖다 주었고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민들의 욕설이 오가고, 몇 몇 경찰들이 흥분해 대응을 하고 하면서 위험해 보이는 순간들이 여러번 있었지만

그래도 큰 일 없이,, 그렇게 어느정도 안정을 찾았다. 

걱정이 된다며 시민들이 집으로 가지 못하고 주변을 지키고 섰다.

함께 소리 지르던 대학생들이 걱정이 되서 집에 가지 못하겠다며 집회 대열에 합류했다.

오늘 밤을 함께 지키겠다는 것이다. 

​뒤늦게 또 한 명의 시민이 경찰들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경찰들도 더 이상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인원을 줄이고 폴리스 라인을 설치하고 서 있는 상태였는데 말이다.

결국, 그 아저씨는 진압이 되어 끌려갔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떠난 상태였고, 남아 있던 몇몇 시민들이 저 사람 데려가라며 환영 했다.


고공농성장의 핸드폰 후레시 불빛이 사라졌다.

11시 40분. 나는 자리를 떠났다. 

힘내시길..



비정규직 철폐하라

집회자유 보장하라

적폐를 청산하라





참고 링크 

광화문 단식 고공농성 연대 대오에 경찰 침탈...3명 부상

광화문 고공농성장서 경찰·시위대 충돌…3명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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