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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라는 것. 프로포즈

eJungHyun 2017. 3. 2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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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egloos.zum.com/FilmAgit/v/460009)



사랑이란 무엇일까? 

과학적으로는 얼마 가지 못한다던 그 사랑이라는 것이 영원할 수는 없는걸까? 

내가 죽기 전에 진정한 사랑이 뭔지 깨달을 수 있을까?


결혼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시기는 중학교 때였다.

어린시절에는 스무살이 넘으면 대학을 가겠지. 그럼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해서 알콩 달콩 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같이 학교도 다니고, 놀러도 다니고, 한 집에서 밥 해먹고 TV보고 놀고 하면 신나겠다! 이런 생각을 했었던 듯 하다.

아무래도 당시 영화나 드라마에서 젊은 남녀가 동거를 하거나, 결혼을 해서 지지고 볶고 사는 모습에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결혼이라는 것은 사회 구성과 국가 유지를 위해 만들어 놓은 제도일 뿐이다." 

라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결혼이라는 것을 하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나의 결심히 굳혀져 갔다.

사랑하는 사람과 삶, 생각을 공유하고 살아간다는 것. 

이것이 어찌 결혼이라는 제도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 내용이겠는가.


그런데, 이 문제는 참 복잡한 문제다.

나는 주변 사람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성향의 사람이다.

그럼에도 내가 가장 신경이 쓰이는 사람은 나의 엄마.

결혼이라는 것을 하지 않고 동거를 하겠다는 나의 삶의 방식에 동의를 얻어 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야금 야금, 나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의견을 피력해온 시간은 거의 10년이란 세월이 걸린 것 같다.


결혼. 

보통 우리 나라에서 결혼이라 하면, 온 가족과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관련이 되어 신경을 써야 하고, 

중심이 되어야 할 예비 부부의 의견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치우쳐 

조금 덜 행복한 결혼식과 결혼생활의 시작을 맞이해야 하는 경우도 꽤 있다. 

주변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 중에 집안 끼리, 혹은 부부간의 의견 조율에 실패 해 깨지는 커플도 여럿 보았다. 

그래서, 결혼/결혼식에 대해 거부감이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남자 친구는 나의 이런 생각을 존중하기에, 우연이라도 결혼이야기를 먼저 꺼내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다.

다만, 한번씩 결혼이라는 것이 그리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본인의 생각을 전할 뿐이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다는 것. 이 사람과 오래오래 삶을 공유 하고 싶다는 것. 

내게 있던 이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10평 초반의 작은 빌라에서 오손도손 같이 살면서 서로의 생활 방식과 가치관을 좀 더 맞춰갈 수 있는 시간이 있었고,

점차 결혼과 결혼식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 들어,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을만큼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의 이러한 심경의 변화를 포함해,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공유함으로써 

지금과 같이 갑갑하고 희망이 줄어든 대한민국의 삶 속에서, 

조금이나마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웃음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프로포즈


6개월 전 쯤, 아주 일상적으로 저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싱크대에서 뭔가를 썰고 있었던가, 보글보글 뭔가를 끓이고 있었던가. 

하여튼 열심히 메인 메뉴를 만들고 있었던 것 같다. 이상하게 그 상황이나 장면이 자세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당시 남자친구였던 나의 예비 신랑은 거실 쇼파에 앉아서 책을 보면서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면서 TV를 보고 있었다. 

나도 못하는 멀티 태스킹을 어찌 저리 잘하는지 모른다. ^^

밥을 하면서 대화도 하고, 흘깃흘깃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생각이 들어 이야길 꺼냈다.


"우리, 결혼할까요?"


아주 잠깐, 정적이 흘렀던 것 같다.


"그럴까요?"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결혼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부모님과 주변 지인들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전할 것인지 등의 이야기는 좀 더 오래 

대화를 통해 서로 원하는 것을 맞춰가는 시간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을 통해 간혹 들었던 프로포즈 이벤트라던가. 이런 것은 없었다.


뭐, 나도 이런 프로포즈를 상상하긴 했었다.

둘이 어딘가 바닷가에 놀러가서, 석양이 지는 해변을 산책하며 

(왠지 개 한마리도 키우고 있어서, 막 뛰어 다니는 개를 보며 내가 막 잔뜩 신나있는 와중에)

남자친구가 갑자기 나를 부르더니, 나즈막히 "나랑 결혼하자" 라고 건내는 말 한마디.

배경과 상황 대사. 모두 완벽하다! 

라고 상상했던 그런 장면. 



그러나. 우리의 프로포즈는 지극히 평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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