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었지만, 은교를 보았다.
이적요의 마지막, 한마디
은교야...
이 말이 참 잊혀지지 않는다.
처음 은교가 시작될 때,, 할아버지인 박해일이 씻고, 옷을 갈아 입고 하는 장면을 보면서..
왜 이적요의 역할로 배우 박해일을 캐스팅 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영화 중간 중간 이적요의 속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을 보면서
아.. 정지우 감독이 참 멋진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혹자는 '은교'가 로리타 신드롬을 표현한 영화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아.. 서지우 이 나쁜놈.. 나쁜놈..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함과 동시에 이적요에 대해 자꾸만 서글픔이 느껴졌다.
이적요의 심정은 어땠을까?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학계에서도 내로라 하는 시인 이적요.
내가 보는 이적요의 심정은 이랬을 듯 하다.
- 시인으로 성공하여 학계에서 권위를 갖고 있으나 그러한 지위로 인해 마음껏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답답함
- 남자로서의 삶을 잊어 버리고 단아하고 평온한 삶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사실은 자신이 멋진 남자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자신함
- 나이 들어버림에 대해 한 없이 서글퍼하고 안타까워함
- 은교라는 아이를 만나면서 숨겨 두었던 혹은 잊고 있었던 자신의 욕망을 찾게됨.
- 한 눈에 은교를 사랑하게 됨. 하지만 그 욕망을 글로 표현하고 결국 그 글을 뒤주 속에 꼭꼭 숨겨 둠
- 뭐랄까 어린 시절의 상큼함을 다시 맛 봄. 회춘한 듯한 느낌이 듬
- 제자인 서지우를 사랑하면서도 한없이 무시함. 아니 한심하게 생각함
- 아끼고 아끼던 아이에 대한 사랑을 서지우에게 빼앗겨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낌
- 분노를 참지 못하고 저지른 자신의 행동에 분노, 좌절, 슬픔, 허탈함 등을 느낌
-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고 은교를 보내야 하는 현실을 원망, 체념
- 나는 뭔가 무진장 무시 당하고 있다. 그래서 아주 짜증난다. 난 잘난 놈인데.
- 난 아주 미친듯이 헌신하고 있다. 저 이적요에게. 근데 저 망할 놈은 날 보는 척도 안한다
- 이적요에게 인정받고 싶다
- 어떤 방식으로라도 이 세상에서 인정받고 싶다
- 은교가 이적요랑 잤나보다. 신선같은 선생님을 꼬시다니 저 나쁜 년.
- 이적요가 아끼는 것 혹은 이적요를 좋아하는 것을 빼앗고 싶다
- 외롭다. 이적요를 사랑하는 것 같다 나는.
- 어쨌든 세상에 내 이름을 떨치게되었다. 그런데 엄청 짜증난다. 그래도 좋다. 이정도는 누려도 된다 나는.
- 외롭다. 허전하다.
- 분노가 치민다. 날 죽이려 하다니. 날 죽이려 하다니. 죽여 버릴꺼야. 죽여 버릴꺼야.
처음엔 서지우인 줄 알았기에,, 할아버지가 무시한 서지우지만, 그래도 자신은 그런 놈에게 사랑 받고 있다고 느꼈을지 모른다.
진심으로 자신을 예쁘게 보고 사랑한 사람이 이적요인 것을 알았을 때..
그 때 그 심정이 막 뭉클 내 마음 속에 피어 오른다.
2. 이적요는 서지우가 참 바보 같고 문학에 대한 이해가 안되는 공학도라고 생각했으면서도,, 그렇게 오래도록 곁에 두고 함께한 이유가 무엇일까?
자신의 글을, 그것도 사랑하는 은교에 대한 글을 빼앗아 간 것을 알고서도 왜 모른 척 넘어갔을까?
3. 은교는.. 왜 할아버지 방으로 올라 가려고 했다가 서지우에게로 내려갔을까?
사실 은교가 아랫층으로 내려가는 장면이 나는 너무 슬펐다.
마치.. 나이 들어 버린 노인에 대한 연민이 느껴졌다.
"너희 젊음이 저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라는 말이 스쳐 지나갔다.
잘못이 없지만, 마치 벌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뭔가 막 뒤죽박죽 떠오르는대로 써 버렸네.
어쨌든 이 영화는.
세 사람의 감정을 참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영화다.
장면 하나하나. 무엇 하나 빠뜨릴 것 없이 눈이 가는 장면들이다.
갑자기 서지우가 쓴 <심장>이라는 소설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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