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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도서

종교의 미래

eJungHyun 2010. 12. 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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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미래

저자
하비 콕스 지음
출판사
문예출판사 | 2010-08-25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세계적인 종교학자 하비콕스가 내놓은 그리스도교의 미래와 전망예수...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성령의 시대는 과연 도래한 것인가?

 -       하비 콕스 (Harvey Cox)의 『종교의 미래(The future of faith)』를 읽고

 

종교란 무엇인가? 위키백과의 정의에 따르면 특정한 믿음을 공유하는 이들로 이루어진 신앙공동체와 그들이 가진 신앙 체계 말한다고 한다. 나는 종교를 갖은 한 사람으로써,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목적과 그에 대한 근거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생각을 거듭하던 중 나의 생각하기를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종교의 미래』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 책은 내가 예상 했던 것 보다 더욱 폭 넓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 책에는 저자의 일생 동안의 신앙 편력에 관한 자서전적 성격의 일례들이 군데군데 들어있다. 하비 콕스는 경건한 침례교 신앙 환경 속에서 태어나 자라났다. 대학 시절에 한 때 근본주의 학생 단체에서 활동하기도 하였으나 라인홀드 니버(1892-1971), 폴 틸리히(1886-1965) 같은 진보적 신학자의 사상에 이끌려 제3세계 종교운동과 평신도들의 종교운동, 타 종교와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진보적 신학자가 되었다. 그는 교수 퇴임 직전인 2009년에 출간한 『종교의 미래』를 통해 2000년간의 그리스도교 역사를 살펴보고 또한 자신의 신앙생활과 종교에 대한 견해를 기술하고자 하였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크게 그리스도교의 역사와 믿음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 것과 함께 중간중간 성직계급제도, 교황제도, 종교 간의 대화 등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배려하는 마음을 놓지 않는다.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들이 알기 쉽게 풀어 설명을 하고 있다.

 

저자는 2000년에 걸친 그리스도교 전체 역사를 한 눈에 바라보면서 성격에 따라 3개의 시대로 구분했다. 그가 말하는 3개의 시대는 예수 시대로부터 기원 후 약 300년 가량의 짧은 시기는 신앙의 시대(the Age of Faith)’, 4세기 초경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약 1500년 가량의 긴 시기는 믿음의 시대(the Age of Belief)’, 그리고 마지막은 20세기 후반부터 오늘에 이르는 아주 짧은 기간으로서 성령의 시대(the Age of Spirit)’로 이루어져 있다.

신앙의 시대에는 예수를 따라가는 삶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다양한 평등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갔다. 이 시대에는 교회 안에 그 어떠한 제도도 아직 생겨나지 않았으며 자유와 협동 정신이 삶을 지배했다.

믿음의 시대는 4세기에 그리스도 교회가 로마 제국에 편입되면서 발단되었다. 그리스도교는 로마 제국의 권력에 기대여 하나의 교회라는 제도적 체제로 굳어졌으며 성직자 계급이 생겨났고, 이단을 처단하는 척도로 신조라는 교의가 제정되었다. 신앙 공동체로서의 자유, 평등, 사랑의 교회 모습은 사라지고 그 대신에 치열한 교권투쟁과 이단의 잔인한 처단과 성직자와 평신도 사이에 계급 갈등이 극점을 향해 내달았다. 그리스도교의 본래적 생명력을 되찾으려는 개혁자들은 모두 이단자로 처형되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그리스도교계에 변화의 바람이 일어났다. 바로 성령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하비 콕스는 라틴아메리카의 해방신학과 한국의 민중신학이 전개한 가난한 자의 삶의 권리회복과 사회 정의의 구현을 위한 투쟁 속에서, 그리고 오순절 운동에 나타난 교회 내의 계급 타파, 형이상학적 교리 체계의 사슬에서 벗어나서 신앙의 실천에 역점을 두면서 사회 변혁에 투신하는 모습에서, 바야흐로 그리스도교가 새로운 생명력으로 부활하는 새싹을 발견했다.

서구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의 속성에 관한 형이상학적 논쟁점에 집착하는 것과 달리 비서구권 그리스도인들은 문화적 ∙ 철학적 전통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왜 가난과 굶주림이 아직도 하느님의 세계에 만연하고 있느냐는 물음을 해결하는데 더 몰두한다. 저자는 해방신학과 민중신학은 이러한 정신적 ∙ 문화적 풍토에서만 생겨날 수 있는 산물이며 그리스도교의 밝은 미래를 여는 폭발력이 장전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믿음이라는 단어를 2가지 의미로 나누어 정의 한다. 첫째 의미는 어떤 인격적 존재에게 신뢰를 둔다라는 뜻이고 둘째 의미는 어떤 말의 내용을 진실하다고 인정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종교적 신조에 관해 믿느냐 믿지 않느냐를 구분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앙이란 비록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신비가 자아낸 것일지라도 신비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믿음의 유무를 따질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앙을 기반으로 믿는 것을 실천하는 종교인이 되기를 권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매우 감탄하였다. 길 거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교회 단체들이 판을 치는 것을 볼 때, 몇 번이고 되뇌며 비판하던 것이 바로 이 점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믿는 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돌이켜 생각해 볼 때, 그저 믿는다고 말을 해 고백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올바른 방법으로 실천하며 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 생각해왔다. 이 책에는 작가가 만난 수 많은 성직자들 중 평생 동안 하느님을 의심하면서 진정한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담긴 사례가 담겨있다. 그들은 믿음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다. ‘무엇이 아니라 ’, ‘어떻게에 중점을 두어 삶을 살아갔다. 바로 이점이 나의 생각을 적절하게 뒷받침해 줄 수 있었기에 쾌거를 불렀다.

 

끝으로 하비 콕스는 제3세계의 각처와 미국의 흑인 빈민가 같은 데서 불어오는 성령의 바람에서 그리스도교에 새 시대의 여명이 열리고 있다는 희망의 가능성을 바라본다. 특히 남미에서 성령 운동에 속하는 교인들이 개인의 심령구원이나 내세구원과 같은 전통적 교리에서 벗어나서 사회정의를 실천하려는 투쟁이나 가난한 사람들을 고려하는 정권을 수립하려는 활동에 투신하는 모습에서 새 시대의 서광이 비쳐오고 있다고 본다. 종교에 대해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신재식ㆍ김윤성ㆍ장대익의 저서 『종교전쟁 - 종교의 미래는 있는가?』에서 장대익 교수는 과학적 사고가 지배적인 이 시대에도 종교가 과연 유효한가?’, ‘종교는 이제 과학에 무릎을 꿇게 될까, 아니면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해갈까?’ 라는 질문에 종교의 유통기한은 이미 끝났다고 말한다.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문화 현상 역시 복제자에 의해 재생산되는데 “종교는 말살해야 할 정신의바이러스일지도 모릅니다.”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본인은 하비 콕스의 의견에 힘을 싣고 싶다. 하지만 그 움직임의 근거가 되는 사람들에 대한 견해는 조금 다르다. 나는 종종 종교가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는 이유 중에 사람들의 위선이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자본주의가 팽배한 이 사회에서 살아가다 보면 윤리적으로 혹은 양심적으로 바르지 못한 선택을 하게 될 경우가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종교의 힘을 빌어 위안을 삼고 뉘우쳐 회개하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회개의 길을 걷게 된 사람들은, 회개를 들어내는 증거로 종종 사회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투쟁하거나 눈에 띄지 않는 움직임으로 실천을 위한 발을 내딛는다. 이 때, 사람들은 혼자의 힘이 아니라 종교의 이름으로 행동을 옮기게 되는 것이다. 물론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 정의구현의 길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종교적 신념, 신조 등과 상관 없이 자기 만족을 위해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 종교라는, 그리스도라는 이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사람들의 의도가 어찌되었든 저자의 의견처럼 분명 종교는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은 믿고 기대한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점이 있다. 저자의 의견처럼 20세기 후반부터 성령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라면, 왜 세계에서 가장 큰 오순절교회가 세워졌다고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사회정의를 위한 투쟁이나 인권운동, 반민주적 독재 정책에 항거하는 투쟁 현장에 기독교인이 단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 나라에 활동하는 성령은 저자가 말하는 성령과 다른 성령이기 때문일까? 나 또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년으로써 성령의 시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 하지만 그와 함께 전세계를 뒤덮어 불고 있다는 그 성령의 바람이 우리나라에서 진정 힘을 발휘하여 새 시대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많은 젊은 그리스도인들이 움직여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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