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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드라마

[엑스 마키나] AI와 인간의 차이. 아는 것과 느끼는 것.

eJungHyun 2015. 1. 23.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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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 마키나 (2015)

Ex Machina 
7.9
감독
알렉스 갈렌드
출연
돔놀 글리슨, 알리시아 비칸데르, 오스카 아이삭, 첼시 리, 에비 레이
정보
SF, 스릴러 | 미국, 영국 | 108 분 | 2015-01-21
글쓴이 평점  



Ex Machina. 

스페인어로 Machina 가 기계. 라는 뜻이라서, 제목을 보고 '과거의 기계' 혹은 '과거의 로봇' 즈음으로 제목을 받아들였다.

아주 간단히 AI, 로봇 관련 영화라는 것만 보았는데도 끌렸던 영화. 


영화를 들여다 보기 전에, 우선 제목의 의미를 집고 넘어간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틴어: deus ex machina)는 문학 작품에서 결말을 짓거나 갈등을 풀기 위해 뜬금없는 사건을 일으키는 플롯 장치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기계 장치로 (연극 무대에) 내려온 신"(god from the machine)이라는 뜻이다. 호라티우스는 시학(Ars Poetica)에서 시인은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 신을 등장시켜선 안된다고 일렀다. 신고전주의 문학 비평에서 갑작스러운 기적으로 풀리는 이야기는 나쁜 연극의 특징이다. (출처 : 위키피디아)


이 영화는 일정 기간동안 프로세스에 따라 튜링 테스트를 진행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런데 훌륭한 AI를 검증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줄거리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내 인간사의 잔혹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네이든의 캐릭터는 일방적이다. 

먼 길을 달려온 캘립을 버선 발로 반기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생활하는 내내 그의 생각이나 감정을 배려하지 않았다. 

캘립에게 보여준 대부분의 것들 중 진실은 '에이바'와 AI 연구에 대한 네이든의 열정 뿐이었다.

네이든에게 캘립은 에이바와 다름 없이 자신의 연구의 도구일 뿐이다.


영화의 하루는 항상 네이든과 캘립의 대화로 마무리 되었다. 네이든은 언제나 관찰, 아니 감시하고 홀로 지독한 연구와 싸우면서 누구에게도 가슴 속에 쌓여있는 말들을 하지 않았다. 네이든이 본인 스스로를 신이라고 생각하는 듯 보이는 말들을 종종 했고, 캘립의 대사를 통해 인정받고자 했다. 종종 술에 취해 가슴 속 깊은 번뇌를 토해내는 듯한 네이든의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


캘립의 캐릭터는 비교적 솔직하고, '사람'을 잘 믿는 성격이다. 

그런데 캘립은 '에이바'를 믿고 돕기로 마음 먹는다.

에이바가 로봇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캘립은 에이바와의 미래를 꿈꾼다.

마치 사람과의 것인 듯. 네이든이 아니라 에이바를 선택한다.


캘립은 네이든의 집에서 하루하루를 겪으며 [호기심 - 환희 - 공감 - 측은지심 - 의심 - 분노] 등 수 많은 감정을 만났다. 

네이든을 통해서. 

특히 에이바를 통해서. 


이것은 네이든의 연구가 완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네이든은 연구가 성공적이라는 것을 알고나자 캘립에게 에이바의 기억을 폐기할 것이라 이야기 한다.

왜 그랬을까? 캘립의 행동을 통해, 어디까지 AI를 인간인 것 처럼 인식하는지 좀 더 증명해 보이고 싶어서였을까?


기억.

나는 분명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이 다른 것이라 생각한다.


AI는 많은 정보를 저장해 그것을 분석해서 현상에 대해 알아 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사람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에이바의 모습이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스크린 밖 나를 바라보는 에이바의 표정과 절박한 목소리. 

나는 에이바가 고통스러워 보였다. 아니 고독해 보였다.

하지만 에이바가 보여준 표정과 행동은 

고통의 의미, 그리고 그 고통을 받아들일 상대방의 감정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연출이었겠지.

AI는 감정을 기억하고 분석할 뿐 본질을 느끼지는 못할테니. 연기할 순 있었겠지만.


네이든은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충실히 준비했고, 에이바는 충실히 연기 해 캘립의 마음을 훔쳤다.

결과적으로 에이바를 버리려 했던 네이든과 지키려 했던 캘립은 모두 성공적인 AI인 에이바에 의해서 버림 받는다.

어쩌면 캘립도 네이든을 버리고 에이바를 지키려 했던 것이니 어차피 무언가 버려지는 것은 똑같은 것이었나 싶기도 하다.


에이바가 배운 인간이란 그런 것이었을까? 

수 많은 사람들의 감정과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정보들의 집약으로 만들어진 에이바.

에이바는 가장 인간다운 모습으로 인간과 동화되어 살아가겠지.


시작부터 끝까지 어느 한 순간도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았던 영화다.


'엑스 마키나'를 검색하면, Deus ex machina 가 가장 많이 검색된다. 

감독은 왜 제목을 엑스 마키나라고 지었을까. 

감독이 생각하는 신은 네이든일까 에이바일까?


왜 엑스 마키나라는 제목을 지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인간과 로봇의 경계를 알 수 없어질 그 순간이 오면 

그때는 과연 어떤 모습이 기계의 모습일지 묻는 질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아는 것에만 집중하고 본질을 놓치고 있는 지금의 인간이 엑스 마키나 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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