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루

오늘이 내게 남은 단 하루인 것 처럼

리뷰/도서

[소네트집] 심장을 뛰게하는 윌의 열정적인 사랑묘사

eJungHyun 2015. 3. 9. 01:42
반응형



소네트집

저자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1-11-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154편의 소네트라는 자재를 이용해 구축해 낸 은유의 건축물!윌...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소네트집은 셰익스피어가 생전에 쓴 154편의 소네트 전편이 수록된 시집이다.


"소네트란 이탈리아어 소네토sonnetto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래는 <작은노래>를 뜻했다. 셰익스피어 시대에는 14행으로 된 정형시 보다는 짧은 서정시로서의 의미가 더 강해쓴데, 그에 대한 적례는 정작 소네트는 한 편도 실리지 않은 존 던John Donne의 시집 제목이 『소네트와 노래』인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 소네트집 역자해설 참조



중학교 때 이후로 시집을 사서 읽어본 기억이 없다.

그런 내가 갑자기 소네트집을 읽어나간 이유는 지인과의 대화를 통해 [사랑]이 뭘까 [관계]가 뭘까라는 생각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와중에 우연히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치다가 소네트집을 추천한 어떤 블로그에 이유 없이 마음이 꽂혔다.


소네트라는 시는 당시 남성 중심적인 사회 분위기를 탈피한 진취적이고 주도적인 여성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고 남자들의 떨어진 위상을 위로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시 속에서의 여자는 방탕한 여자, 성욕에 굶주린 여자들로 묘사되거나 마녀로 불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론 여자들을 한 없이 찬양하고 모든 상황을 극적으로 미화시킨 모습이 조금 사회상을 비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첫 장, 소네트 1번 첫 줄을 읽는 그 순간부터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더 없이 아름다운 것들로부터 우리는 증식을 바란다,”


셰익스피어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나는 마치 나체로 광장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왠지 모르게 좀 더 솔직하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사랑에 대한 직설적인 조언이랄까 아님 강한 자신의 의견 표출이랄까.

강한 어조로 어필하던 시가 조금씩 부드러워졌다가, 또 다시 강하게 토네이도처럼 휘몰아쳤다.

시집의 흐름이 어디로 튈지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시를 몇 번씩 되뇌이고 입밖으로 내어 읽어보았다.

154편의 시를 거의 모두 10번씩 읽은 것 같은데 여전히 알쏭달쏭하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그가 본 사랑은 무엇일까. 



인상 깊었던 몇 개의 시를 남긴다.







29


행운의 여신과 사람의 눈에 백안시될 때 

나 그저 홀로 기구한 처지 서러워하고

귀머거리 하늘 소리쳐 괴롭히네, 헛되이.

나 바라보고 내 운명 저주하며 소원한다네.

내가 기대할 것 더 많은 그런 이였으면,

그이처럼 생겼으면, 그이처럼 친구 많았으면,

이이처럼 기술 있었으면, 저이처럼 지혜 있었으면.

내가 마음껏 누리는 것에 조금도 만족지 못한채로.

그러나 이런 망상에 빠진 나 자신 경멸하며

나 아마 그대 생각하고 또 내 처지 생각하네,

어둡고 음울한 대지에서 동틀 때 일어나

하늘의 대문에서 찬송하는 종달새와 같다고.

   그대 달콤한 사랑 기억함은 내게 풍족함 주기에,

   그럴 때면 나는 왕들과도 처지 바꾸길 경멸한다네.






35


그대 한 일 더는 괴로워 말라.

장미에도 가시가, 은빛 분수에도 흙 찌끼가 있는 법.

구름과 식(蝕)이 해와 달 흐리고

더없이 달콤한 꽃봉오리엔 끔찍한 해충 사느니.

모든 사람이 잘못 저지르는 법.

그대 잘못 정당화하고, 그대 비행에 고약 발라 주며,

그대 죄 이상으로 그대 죄 용서하여,

스스로를 타락시키고 있는 내가 그러하듯이.

그대 육욕의 잘못에 내 이유를 대고

그대 적이어야 할 이가 그대 옹호자 되어,

나는 나를 기소하고

내 사랑과 증오 사이에 심한 내란 일어나느니.

   쓰리게 내게서 앗아 가는 그 달콤한 도둑의 공모자가

   나는 될 수밖에 없어라.






104


아름다운 임이여, 그대 내게 항상 청춘입니다.

나 그대 눈 처음 보았을 적 그 모습 그대로

그대 아름다움 항상 같아 보이니까요.

세 번의 추운 겨울이 숲에서 여름의 화려함 흔들어 떨치고,

세 번의 아름다운 봅철이 노란 가을로 넘어가는 것

계절의 변화 속에서 나는 보았습니다.

여전히 풋풋한 젊은 그대 처음 본 후

세 번의 사월 향기가 세 번의 뜨거운 유월에 타올랐습니다.

아, 그러나 아름다움은 시곗바늘처럼

그 발자국 아무도 모르게 숫자판에서 달아납니다.

내겐 항상 멈춰 있는 듯했던 그대 달콤한 모습도

움직이며 나의 눈 속이고 있습니다.

   태어나지 않은 미래여, 이것 두렵거든 이 말 들어 주오.

   그대가 태어나기 전에 아름다운 여름 죽었다고.






146


가련한 영혼, 죄악에 찬 내 지구의 중심이여,

그대 괴롭히는 이들 반란군에 얼매인 내 지구의 중심이여,

왜 그대는 속으로 굶주리고 기근 겪으면서

그대 외벽 그토록 요란히 장식하는가?

어째서 잠시 임대받은 그대 허물어지는 저택에

그토록 엄청난 비용 쏟아붓는가?

이 엄청난 지출의 상속자 구더기들이

이 비용 먹어 치우려나? 이것이 그대 육신의 끝이려나?

그렇다면 영혼이여, 그대 하인의 손실 먹고

그대의 곳간 키우기 위해 육신 굶주리게 하라.

찌꺼기 시간 팔아 영생의 세월 사라.

밖을 더는 치장 말고 안을 살찌우라.

   그럼으로 그대 인간 먹어 치우는 죽음 먹어 치울 것이요,

   죽음이 한번 죽으면 더는 죽음 없으리라.





반응형